본문 바로가기
영화 감상

뿌리를 내리지 못하는 킬러 "레옹" Leon 1995

by 두부뉨 2024. 3. 31.

 

개봉 : 1995.02.18.
등급 : 청소년 관람불가
장르 : 범죄, 액션, 드라마
국가 : 프랑스, 미국
러닝타임 : 132분

 

1994년에 개봉한 뤽 베송 감독의 영화. 하루아침에 가족이 몰살당해 고아가 된 소녀 '마틸다'와 고독한 외톨이 살인청부업자 '레옹'의 복수극을 그렸다.

https://youtu.be/aNQqoExfQsg

Leon: The Professional Trailer

 

줄거리

한 손엔 우유 2팩이 든 가방, 다른 한 손엔 화분을 들고 뿌리 없이 떠도는 킬러 레옹은 어느 날 옆집 소녀 마틸다의 일가족이 몰살당하는 것을 목격한다. 그 사이 심부름을 갔다 돌아온 마틸다는 가족들이 처참히 몰살당하자 레옹에게 도움을 청한다. 가족의 원수를 갚기 위해 킬러가 되기로 결심한 12세 소녀 마틸다는 레옹에게 글을 알려주는 대신 복수하는 법을 배우게 된다. 드디어 그녀는 가족을 죽인 사람이 부패 마약 경찰 스탠스임을 알게 되고, 그의 숙소로 향하게 되는데…

 

 

1988년에 영화 그랑블루의 대성공으로 명장의 반열에 오르게 된 뤽 베송 감독이 처음으로 할리우드에 내민 도전장 격인작품이다. 액션 영화로서의 재미 요소와 드라마로서의 애잔함을 두루 갖춘 걸작으로 평가받는다. 미국 개봉 당시 중년 남성과 어린 소녀의 미묘한 기류를 그린다는 이유로 보수적인 평론가들은 박한 평가를 내리기도 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큰 흥행 수익을 올렸음은 물론, 대한민국을 비롯한 세계 각지에서 레옹 신드롬을 일으키며 대성공을 거뒀다. 지금도 흔히 '인생 영화' 하면 레옹을 꼽는 사람들이 많을 정도로 대중적인 평가 면에서도 최고치를 찍었다고 표현할 수 있는 작품이다.

 

 

극장판에선 총 26분 가량이 삭제되었는데, 삭제 장면 대부분이 영화를 이해하는 데 있어서 상당히 중요한 장면들이라 감상에 있어서 극장판과 감독판이 매우 크게 차이 나는 영화 중 하나다. 삭제된 장면들은 다음과 같다.

우선 두고두고 회자되는 카프카스 룰렛 장면이 극장판에선 잘려나갔다. 마틸다가 정식으로 레옹에게 살인을 청부하는 장면으로, 마틸다가 집에서 가져온 돈으로 살인을 청부하지만 레옹이 이를 거절하자, 머리에 장전된 리볼버를 겨누고 내가 이기면 자신을 평생 책임지라고 말한다. 마틸다가 진다는 것은 곧 죽음이며, 레옹이 다시 자유로워지는 것을 의미한다. 그러나 레옹은 프로 청부업자답게 소리만 듣고 총알이 장전된 것을 알아차렸으며, 마틸다가 죽도록 내버려 둘 수 없었는지 총알이 발사되기 직전 마틸다의 팔을 잡아들어 결국 마틸다가 승리하게 된다. 이 장면은 영화의 주제를 관통하는 장면 중 하나라고 할 수 있으므로 레옹을 제대로 즐기고 싶다면 반드시 감독판으로 봐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심지어 이 문서의 명대사 파트에도 이 장면에서의 대사가 통째로 실릴 정도니 이 장면이 가지는 의미가 어느 정도인지 알 수 있다.

레옹이 마틸다를 정식 제자로서 인정하고 본격적으로 킬러 일을 가르쳐 주는 일련의 장면들이다. 여기서 레옹이 수류탄을 사용하는데, 최후의 수단이라고 말하는 복선이 드러난다.

처음으로 둘이 함께 임무를 완수하고 난 후 이를 축하하는 기념으로 레스토랑에서 함께 술을 마시는 장면. 영화에서 유일한 데이트 장면이라고 할 수 있는데, 여기서 마틸다가 장난스럽게 키스를 제안하기도 한다.  마틸다는 샴페인을 벌컥벌컥 마시다 트림을 하곤 실성한 듯이 웃는다. 마틸다는 어디까지나 천진난만한 아이라는 것을 관객들에게 상기시켜 주는 장면이다.

마틸다가 레옹이 선물한 드레스를 입고 레옹에게 첫 경험은 사랑하는 사람과 하고 싶다며 자신의 첫 상대가 되어달라고 요청하는 장면 역시 극장판에선 제외됐다. 미국 개봉 당시나 지금이나 영화에서 가장 논란이 된 장면이기도 하다. 사실 이 장면은 태어나서 단 한 번도 사랑받아본 적 없던 마틸다가 레옹의 보살핌을 받으면서 느낀 부성애적인 사랑을 연인들끼리 느끼는 감정으로 오해했다고 보는 것이 정상적이다. 물론 레옹은 마틸다의 제안을 거절하고, 여기서 레옹이 킬러가 된 사연이 드러난다.

침대에서 함께 자는 장면. 감독판에서 상기한 드레스 장면과 바로 이어서 나오기때문에 자연스럽게 같이 삭제 되었다. 당연하겠지만 '그런' 장면이 전혀 아니라 정말 문자 그대로 '잠만' 자는 장면으로, 마치 사이좋은 아빠와 딸을 보는 듯하다. 레옹은 평소에 암습을 걱정해 절대로 침대에 누워 편히 자지 않고 의자에 앉아서 쪽잠을 잤는데, 이게 신경쓰였던 마틸다가 한 번이라도 제대로 잠을 잤으면 좋겠다는 요구를 하는 장면이라 둘 사이의 사랑이 어떤 의미인지 생각할 수 있는 중요한 장면이다.

 

개봉 당시의 평론가 평론은 긍정적인 편이었으나 아주 좋진 않았고, 로저 이버트는 4점 만점에 2.5점을 줬다. 그러나 유저들이 평점을 주는 IMDb에서는 무려 8.5점의 평점을 유지하며, 인생 영화로 꼽는 사람들도 종종 보일 정도다.

사실 미국에서는 호불호가 갈렸는데 작품성이 낮아서 그런 게 아니라, 중년과 초등학생의 로맨스스러운 분위기 때문이다. 한 예로, 로저 이버트만 해도 주인공이 12살짜리 꼬마 애라는 이유 때문에 2.5점을 줬다.

당시 미국 대중에게는 꼬마아이가 중년 남성에게 받은 옷을 입고 성관계를 암시하는 발언을 하는 것과, 과거의 연인에 대한 아픈 기억을 털어놓으며 거절하는 중년 남성의 모습 등이 받아들여지기 힘들었다는 견해이다. 뒤이어 이어지는 장면은 침대에서 같이 잠드는 등 레옹과 마틸다의 정서적 교감을 드러내는 중요한 장면이 많았으나 시사회에서 나온 부정적인 반응  때문에 미국에서 개봉할 때 실제 상영분에서는 해당 장면을 잘라낸 채 개봉했고, 한국에서 이 영화가 소개되었을 때도 편집된 버전이 개봉되었다. 뤽 베송은 미국 시사회에서 관객들의 이런 반응을 보고 크게 실망했다고 전해진다.

 

 

레옹과 마틸다의 관계를 그저 성적으로 다룬다는 뭣 같은 생각들로 잘려버린 내용들을 추잡하게 생각하는 일부 그지 같은 것들 때문에 아름다운 영화를 그지같이 만들어놓은 결과가 개봉판이다.

 

감독판을 보고 나서 느낀 바로는 어른과 아이의 사랑이 아닌 처음으로 제대로 된 보살핌을 받은 마틸다의 부녀관계 같은 사랑을 마틸다가 잘못 표현하는 한 장면 때문에 외설적이라고 바라보는 일부 희한한 인간들이 참 영화 해석하는 꼬락서니 하곤 진짜~~

 

1600만 달러의 제작비로, 미국에서는 2000만 달러로 그럭저럭 흥행에 성공했으며, 전 세계적으로 총 4000만 달러가 넘는 흥행 수익을 거둬들였다. 한국에서도 수도권 관객 60만 6천 명이 넘는 당시 상당한 흥행 성적을 거둬들였다. 스팅의 OST라던가 레옹 하면 떠오르는 갖가지 상징들, 레옹이 세계 각국에 끌고 온 컬트적인 인기를 미뤄본다면 레옹의 흥행은 단순히 관객수로는 환산할 수는 없을 것이다. 물론 비디오, DVD, 방송등 2차 시장에서도 세계적으로 높은 수익들을 이끌어냈다.

 

 

영화의 엔딩곡으로 쓰인 OST가 상당히 유명하다. 레옹의 씁쓸한 죽음을 뒤로한 마틸다가 레옹의 분신이나 마찬가지던 화분을 마당에 묻어주는 모습을 보여준 후 지미집이 올라가며 화창한 뉴욕을 배경이 보인다. 이때 쓰이는 배경 음악으로 스팅의 Shape Of My Heart가 흘러나오고 영화가 막을 내리는데, 여기서 들리는 스팅의 중후하고도 운치 있는 목소리가 영화의 여운을 극에 달하게 만든다. 때문에 항상 훌륭한 영화 OST, 위대한 엔딩곡 등을 논할 때 둘째가라면 서러울 수준으로 꼽히곤 한다. 말 그대로 전설적인 OST로 남게 되었다

 

나에게도 인생영화 중에 하나이다 스팅의 Shape Of My Heart 음악과 너무나 잘 어울리는 인생영화중 하나이다

개봉판도 재미있었지만 감독판을 보고 나서도 더욱 큰 감동과 재미를 안겨준 영화이다.

 

레옹은 제5원소 제작 전에 스탭 해산을 막기 위한 땜빵용으로 제작된 영화다. 당시 제5원소의 막대한 제작비를 감당하려고 나서는 배급사들이 없었고 브루스 윌리스 마저 출연에 회의적인 반응을 보이자 결국 촬영이 무기한 중단되기에 이른다. 어렵사리 모은 제작팀들을 아무것도 못해본 채 해산시킬 수 없었던 뤽 베송이 뭐라도 해보자는 마음을 먹고 단 3개월 만에 각본을 만들어 제작하게 된 것이 바로 레옹이다. 결국 레옹의 폭발적인 인기와 신드롬 덕에 배급사에서 약 9천만 달러를 투자받을 수 있었으며, 그 덕에 제5원소를 제작하게 되었다는 얘기가 있다.

 

정작 제5 원소는 난 그저 그랬다~~~